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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- 류시화

최규화21 2014. 5. 20. 21:14


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 

류시화 



시를 쓴다는 것이 

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 

싫었다,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 

나였다 

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 

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 

새에 대해 

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 

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 

나는 두려웠다 


다시는 묻지 말자 

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 

저 세월들을 

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 

새는 날아가면서 

뒤돌아보는 법이 없다 

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 

이미 죽은 새다 


- <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> 류시화 시집, 푸른숲, 1991